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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주가> 이광희 대표

백술닷컴


 

 

진정한 무림 고수는 모로 칼을 쥐어도 태가 나지요. 어떤 모습을 취하든 내공은 가려지지 않으니까요. 고양이 탈을 썼지만 범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냥이탁주’와 같이 말이에요. 귀여운 라벨 너머 드러나는 내공으로 화제를 모은 냥이탁주의 아버지, 행주산성주가 이광희 대표와 마주했습니다.

술을 빚게 된 사연을 들려주세요.

 

처음에는 제사 지낼 때 쓸 술이 필요해서 시작했어요. 우리 집안에서는 제사 때마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직접 빚은 술을 올렸거든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중풍으로 몸이 불편해지시면서 집안에 술 만들 사람이 없어졌어요. 대가 끊긴 거지요. 이후로 제대로 된 제주를 만들어 올리지 못하니 마음이 무거웠어요. 그러다 직접 한 번 술을 빚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아버님께서 돌아가신 이듬해, 우연히 알게 된 전통주연구소에서 술 빚기 강좌를 들었어요. 기일이 얼마 안 남은 때였지요. 제사에 올리려면 술을 만들 기회는 시기상 단 한 번뿐이었어요. 재료와 도구를 갖춰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술이 쉬어버렸지 뭐예요.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데 어르신들께서 그래도 정성이 있지 않느냐며 제사에 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 용기를 얻어 앞으로는 정말 제대로 된 술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그 이후로 쭉 집안 행사 때 쓸 술을 빚었습니다. 계속 배워가면서요.  

어떻게 술을 배우셨나요?

 

가장 처음에는 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님 밑에서 술을 배웠어요. 어느 정도 지식을 쌓고 난 후 약간 목마름이 생기던 차에, 새로운 교육기관이 생겼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또 가양주연구소예요. 당시에는 완전 초창기였지요. 이외에 막걸리학교도 다녔고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술 빚는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고 나누며 교류하는 시간이 참 좋더라고요. 본격적인 상업 양조는 이런 과정을 거치고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시작하게 됐어요.

 

 

 

대표 제품인 ‘냥이탁주’를 보면 라벨부터 제품명까지 모두 젊은 세대를 겨냥한 듯해요.

 

냥이탁주는 20대에서 30대를 아우르는 MZ세대, 나아가 여성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제품이에요. 젊은 감성과 친숙한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지요. 나이 드신 분들은 아무래도 취향이 확고해서 주 소비자로 설정하기가 어려워요. 예전에는 다 저렴한 막걸리만 있었잖아요. ‘프리미엄 탁주’로 부를 만한 제품 자체가 없었고. 지금까지도 연령대가 높은 소비자들 인식은 그때와 비슷해요. 새로운 유형의 막걸리는 크게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요. 그래서 전략적으로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냥이탁주에 다양한 부재료(벌꿀, 보리, 송순, 찰수수, 오미자)를 사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만듦새가 우수하면서 동시에 뭔가 색다른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내가 본격적인 상업 양조를 시작한 시기가 2020년이거든요. 그런데 이 즈음에는 시중에 이미 프리미엄 막걸리를 표방하는 제품이 꽤 많았단 말이지요. 이미 나와 있는 제품과 비슷한 걸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부재료를 활용한 술을 만들어 차별화를 꾀한 거예요.  

 

고양이 컨셉은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요?

 

제품 컨셉을 구상할 당시에, 지역 특색이 드러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역특산주로 생산하는 술이기도 했고요. 우리 지역이 경기도 고양시인데 어필할 게 뭐가 있나 고민에 빠졌지요. 그러다 길에서 ‘고양고양이’를 본거예요. 고양시의 마스코트. 이거 재미있겠다 싶어서 당시에 미대 다니던 딸애한테 고양이로 디자인 하나 해볼래 하고 아이디어를 던져줬어요.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까 솔직히 내 개인 취향하고는 거리가 멀더라고요. 그런데 주변 반응은 생각보다 좋길래 그대로 쓰게 된 거예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고양시 마스코트 '고양고양이' 

 

우리술 아카데미 ‘어울’을 운영하고 계시지요. 어떤 취지인가요?

 

고양시가 이제 특례시로 구분될 정도로 큰 행정구역인데, 술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나라도 사람들에게 술에 대해 알아가고 술을 직접 만들어 볼 기회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런 클래스가 돈이 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인건비도 안 나와요. 재료값도 비싸고. 그럼에도 전통주의 매력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너도나도 술을 빚어 보면 제대로 빚은 술은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거고요.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신제품 개발이 여러 갈래로 진행 중입니다. 우선 쌀로만 빚은 순곡주를 출시할 예정인데요. 스파클링 막걸리 스타일로도 제품화를 생각해 보고 있어요. 또 ‘천년초’를 활용해 개발 중인 제품도 있고요. 얼마 전에 한 행사에 참여해서 지금 개발 중인 술들을 테스트 시음주로 내 봤는데, 모두 반응이 좋기는 했어요. 머지않아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전통주 시장에 새롭게 뛰어드는 젊은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세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조금 더 경험을 한 뒤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는 거지요. 사실 초반에는 젊은 사람들이 이쪽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을 크게 못했어요. 양조장을 열자마자 코로나가 창궐해서인지는 몰라도. 이후에 코로나 사태가 조금 진정되고 나니 열의 있는 청년들이 많이 있다는 게 보이더라고요. 도움을 얻겠다고 나한테 찾아오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너무 막연하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까웠어요. 무모하게 열의만 갖고 뛰어들기보다, 아직 젊으니까 찬찬히 상황을 살피고 이것저것 겪어 보고 나서 갈 길을 정해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총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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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선운산풍천장어

    늘 응원하는곳이죠. 👍 2022-09-12 18:26:06

  • 술류시인

    신제품 나왔던데! 마깨주와 콜라보도 하시고! 다양한 활동 기대됩니다! 2022-12-05 16: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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