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술공방> 이윤 대표
숙성은 술에 품격을 더하는 과정이에요. 맛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숨은 풍미를 끌어내지요. 숙성을 한다고 모두 좋은 술이 되지는 않지만, 모든 좋은 술은 어김없이 숙성 과정을 거쳤다 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훌륭한 술을 만들기 위해 숙성은 필요불가결한 일이니까요.
충북 충주에 자리한 담을술공방은 숙성한 우리술의 가치에 특히 주목하는 생산자예요. 직접 빚은 옹기에 최대 5년 이상 숙성한 소주를 선보이며 진심을 다하고 있어요. 우리 고유의 재래 도기, 옹기에 담아낸 숙성 소주로 전통주의 세계화를 꿈꾸는 담을술공방 이윤 대표를 만났습니다.
술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원래는 아내와 도자기 공방만 운영했어요. 그러다 술을 한 번 배워보려 했는데 우연찮게 국순당 배상면 회장님과 연이 된 거예요. 저를 보시고 하는 일을 묻더니, 당장은 술을 빚는 대신 술 담는 옹기를 만들어 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배 회장님이 주신 자료를 토대로 숙성용 항아리를 완성했지요. 그러고 나서야 술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얻게 됐고, 증류기를 들여 본격적으로 나만의 술을 만들어 볼 수 있었어요. 배 회장님 은공으로 마련한 숙성 기술을 십분 활용해서요.
제품 라벨이 단순한 듯 멋져요. 어떻게 나온 디자인인가요?
라벨 디자인은 몇 번 바꾼 거예요. 지금 쓰는 그림은 제주도 ‘북살롱 이마고’ 대표이면서 디자이너로도 활동하는 김채수 대표 작품이지요. 원래 쓰던 제품 라벨이 조금 옛스러우니 바꾸는 게 좋겠다고 김 대표가 지적하길래, 전문적으로 맡기고 할 돈이 나는 없다 했더니 대뜸 항아리 하나 만들어 주면 본인이 해 주겠다 하데요. 그래서 냉큼 항아리 하나 빚어 주고 디자인을 받아서 지금까지 쓰고 있어요.
어떤 철학으로 술을 만드시나요?
일단 절대 허튼 수작 부리지 않고 똑바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요. 술도 음식이니까요. 음식 갖고 장난치면 삼 대가 빌어먹는다 했어요. 나나 아내나 술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소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똑바로 만들려고 해요. 또, 술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애쓰지요. 배상면 회장님의 가르침 중 하나가, ‘술 맛은 좋건 나쁘건 똑같아야 한다’였어요. 맛은 딱 다른 술보다 1%만 더 맛있으면 된다 하셨고. 그러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아 준다는 이야기예요.
우리술 소비 문화에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면?
비싼 술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조금은 안타까워요. 주류박람회 같은 전시회에 술을 가져가 보면, 많은 사람들이 25도 41도 55도 제품 중에 55도만 대뜸 시음하고는 가버려요. 가격대가 가장 높으니까. ‘비싼 게 좋은 거야’, ‘비싸면 뭔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무작정 가격에 따라 좋은 술과 나쁜 술을 나누려 하지 말고 각기 제품이 가진 특성과 매력에 집중할 줄 아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술의 ‘숙성’을 굉장히 강조하시는 듯해요.
어떤 술이든 숙성을 해야 완성이 돼요. 와인이나 위스키도 그렇잖아요. 숙성을 거쳐야 제대로 된 품질을 갖춘 제품으로 취급 받지요. 우리술도 그래야 한다는 거예요. 우리 고유의 숙성 용기인 옹기를 활용해서요. 옹기는 천 년의 기술로 만든다 할 만큼 우수한 특질을 갖추고 있고, 오크 못지 않게 숙성력이 훌륭해요. 옹기 숙성을 잘 해둔 술은 어디에서나 통할 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오크 숙성 술은 보관 기간이 길수록 향이 짙고 맛이 부드럽다는 인식이 있지요. 옹기 숙성 소주는 이와 비교했을 때 어떤 특징을 갖나요?
오크통 숙성이랑 항아리 숙성은 결이 달라요. 뭐가 더 나은 방식인지 논하는 건 의미가 없고, 추구하는 방향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전자는 술에 향을 더하려는 목적이 더 클 거예요. 항아리 숙성은 술이 가진 고유의 맛에 집중하는 방식이고요. 본연의 맛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지요. 옹기는 또 숙성력이 좋아서 술을 담아 놓으면 엄청 빠르게 안정화를 시켜요. 한 두 달만 넣어놔도 술이 확 부드러워지니까. 그만큼 오래 둘수록 더욱 맛이 깊어지고, 그에 따라 가치도 자연스레 올라가게 되겠지요. 물론 그렇다고 맛이 한정 없이 변화무쌍해지지는 않지만 입맛 까다로운 사람은 충분히 잡아낼 수 있어요.
우리술을 향유하는 젊은 세대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마시는 사람은 그냥 자기 취향에 따라 소비하면 그만이지만, 술에 관련한 사업을 생각중인 사람이라면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잘못된 길로 열심히 가 버릴 수 있기 때문에요. 전통주를 즐기는 분위기가 조금씩 만들어진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것도 아니고, 그 분위기를 현명하게 이용할 줄 알아야지요. 팔 목적으로 술을 만들 거라면 만들어놓고 나서 어찌 해나갈 건지 깊은 고민이 필요해요. 반 년 정도면 대충 결과가 다 나와요. 충분히 생각을 많이 하고 이미 경지에 오른 사람들을 만나 조언도 들어 보고 했으면 좋겠네요.
대표님의 궁극적인 목표 혹은 꿈은 무엇인가요?
내 꿈은 우리술이 세계적인 술로 인정받는 거예요. 다양해지고 감각적인 상품 역시 많아지는 모양이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여요. 국내 시장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아서 결국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우리술이 가진 확실한 철학과 색이 없으면 경쟁이 안 되지요. 나는 그 해법을 숙성에서 찾는 거고요. 오랜 기간 숙성한 술이 인정받고 표준이 되어 묵직하고 깊은 줄기를 만들어 놔야 우리가 해외 시장에서도 흔들림 없이 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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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주향이 맛있는 이유가 있었네요 2022-12-05 15:06:53
와,, 스토리 존잼,,, 저 깔끔한 디자인 이렇게 탄생했근요 2022-12-05 16:02:01
아니 도자기만 하시던 분이 이렇게 술도 잘 빚으시는 건 반칙아닌가요!!!ㅋㅋㅋ 2022-12-05 16:3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