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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양조> 최영경 대표

백술닷컴


 

논의하거나 고려하지 않은 전혀 다른 것. 사전에서 정의하는 ‘제삼’의 뜻이에요. 전후좌우로 향방을 고민할 때 과감히 대각선이라는 답을 내놓는 행위를 제3의 대안이라 칭하는 것처럼요.

우리술에도 이런 시각이 필요할 수 있어요. 기존의 행로를 답습하는 데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다행히, 그런 생산자를 하나 찾았어요. 주류와 비주류로 양단할 수 없는 우리술의 다양한 가치에 의미를 두는 곳이지요. 성수동에 위치한 <제3양조> 최영경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술을 빚기 시작하게 된 사연이 궁금해요.

 

독립적으로 살고 싶어서 술을 만들게 됐어요. 원래는 국내 자동차 기업의 연구소에서 디젤엔진을 설계하는 일을 했거든요. 업무 자체는 좋았는데, 항상 종속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불만이었어요. 다른 누구의 개입 없이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하고 싶더라고요. 그런 일이 없을까 찾다가 우연찮게 흥미를 두게 된 게 바로 양조예요. 저에게 익숙했던 유체역학, 그리고 디젤엔진을 다루는 일과 술 만드는 일이 알면 알수록 비슷하게 느껴져서 금방 매료됐어요. 처음에는 생산설비 쪽 담당으로 술 만드는 일을 시작하기도 했고요.

  



‘제3양조’는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인가요?

 

‘3’이라는 숫자가 갖는 복합적 의미에 착안해서 만든 이름이에요. 1인칭도 2인칭도 아닌 3인칭, 집도 직장도 아닌 도시 속 제3의 공간, 흑 아니면 백이 아닌 다양한 가치가 섞이는 곳. 이처럼 제3양조가 개개의 파편을 하나로 뭉치는 매개로 작용하기를 꿈꾸거든요. 여기서 만드는 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거지요. 우리가 막걸리 외의 제품까지 750ml 용량으로 출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그 정도는 되어야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기 적당하고, 그렇게 했을 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가 발현되니까요. 물론 원하는 분들이 있어 작은 사이즈도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의미는 그렇습니다.

 


 

지금의 제3양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제3양조는 맥키스컴퍼니의 소셜벤처 지원사업과 타운 매니지먼트 집단인 ‘소소도시’를 통해 론칭한 브랜드예요. 소소도시는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관리 사업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곳인데요. 지역 소상공인이나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되어 있어요. 저는 현재 서울 성수동에서 술을 만드는 역할로 이곳에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지요.

 


 

새로운 젊음의 메카, 성수동에 자리를 잡고 있어요.

 

성수는 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곳이에요. 산업지역과 주거지역이 공존하고 스타트업 회사도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분명 있어요. 또 지역 주민 가운데 30대가 꽤 많은 편인데요. 구매력이 높은 층이기 때문에 지역 위주로 판매를 전개하는 우리 브랜드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요소예요. 소규모 양조를 하는 만큼 우리 술이 시중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약해 불리할 수 있지만, 가치를 알아보고 찾아줄 소비자가 충분하다는 이야기니까요.

양조 일을 할 때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요?

 

품질 관리, 주질 관리예요. 만드는 과정 중에는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변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해요. 그럼에도 갓 만든 술 맛과 제 손을 벗어난 뒤에 소비자가 마실 때의 술 맛을 같게 하는 건 참 어려워요. 내 손을 떠나버리면 제품이 어떤 환경에서 관리될 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저는 판매하고 나서도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인데, 누군가 내 술을 사 가서 맛보고는 맛이 조금 이상했다는 피드백을 남기면 마음이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주질 관리가 어려운 막걸리 제품은 최대한 근거리 납품으로 끝내는 편이에요. 향후에는 비교적 관리하기 좋은 약주나 증류주 비중을 늘리려고 해요.

 



그렇다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단순해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술을 마셔보고 나서 마음에 들어 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특히 전통주를 이것저것 접해보지 못한 분들이 우리 제품을 맛보고 굉장히 색다르다고 하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지요. 연령대를 보면 젊은 여성분들이 특히 마음에 들어 하는데, 50대와 60대 이상 남성분들도 생각보다 꽤 좋아하세요. 오래 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셨던 막걸리 맛과 비슷하다는 평을 하시면서요. 연령대가 더 높은 노인 분들께도 드려 봤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럴 때면 세대간 소통을 늘리고 사람 간 매개가 되고 싶다는 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 기뻐요.

 


 

제3양조만의 생산 철학이 있다면?

 

복잡하기보다는 단순하고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과장하지 않으려 해요. 그래서 첨가물을 사용한 쉬운 맛보다 온도와 시간으로 완성하는 자연스러운 맛을 추구하지요. 그런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해요. 첨가물 넣은 막걸리가 인기를 얻더라도 저는 시간이 가지는 가치를 내보이고 싶어요. 10년 20년 뒤에도 지금과 변함 없는 맛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요.


제3양조의 주요 제품을 소개해 주세요.
잘 어울릴 만한 음식 추천도 함께요.

 

우선 제3탁주는 스파클링 막걸리예요. 병 안에서 후발효가 일어나요. 찹쌀과 누룩만 써서 만들었고, 알코올도수가 6도라 가벼우면서 맛 자체는 상큼해요. 식전주로 마셔도 좋고 그냥 가볍게 즐기기에도 괜찮아요. 치킨처럼 기름진 음식이나 홍어같이 향과 냄새가 강한 음식에도 잘 어울릴 거예요.
제3탁주 12도는 6도 제품과 제조방법이 같지만 발효 기간에 차이가 있어요. 6도 제품은 발효기간이 짧고 물을 더 넣어 잔당이 많고 가벼운 반면, 이 제품은 물을 더 붓지 않은 원주라 묵직해요. 전반적으로 질감이 짙고 복합적인 풍미가 강하지요. 포도나 사과 향도 느낄 수 있어요. 제품 자체로 하나의 음식과 같아 술만 단독으로 즐기기에 괜찮아요.
새로 출시한 과하주는 맥키스컴퍼니의 오크 숙성 보리소주인 ‘사락’과 함께한 일종의 협업 제품이에요. 제3탁주 12도 원주 발효 초반에 사락의 바탕이 되는 스피릿을 첨가하고, 사락을 2년간 숙성한 오크통에 넣은 뒤 완성하지요. 오크 숙성 증류주를 넣어 만든 주정강화 술이기 때문에 굴이나 해산물 등 비릿한 향을 가진 음식에 곁들이기 좋아요.

 



전통주 양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양조장을 운영하면서 한번씩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오신 분들이 꼭 물어보는 게 이거예요. 이 일 할 만 하냐고. 그러면 항상 같은 대답을 해요. 할 만 하다고요. 그래서 언제든지 뛰어들라고 추천해요. 저는 아직까지 이 분야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전통주 산업이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말을 하고 포화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모든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잡음이 있기 마련이고, 또 그런 잡음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도 하지요. 그러는 와중에 도태되는 브랜드도 생기겠지만 성장하는 브랜드 역시 있을 거예요. 어쨌거나 사람들이 조금씩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까 해요.

제3양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언젠가는 꼭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꿈이 있어요. 내가 만든 술이 완성되는 데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를 다 직접 관장하고 싶거든요. 농사부터 제품 생산까지 말이에요. 고향이 시골인데, 어릴 때부터 저희 집안이 쌀농사를 지었어요. 항상 그 기억과 풍경이 선해요. 그렇다 해서 아예 귀농할 생각은 아니고 수도권과 지방에 각각 거점을 두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주 판매처는 수도권이 될 텐데, 술을 통해 문화를 만든다는 구상을 하는 입장인지라 고객과의 면대면 소통도 챙겨야 하니까요. 그렇게 해서 결과적으로는 도시간 도시, 지역간 지역의 의미 있는 교류를 만들어 내는 게 저의 꿈이에요.

 


 

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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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이술술

    멋있다.. 멋있는 사람이야... 2023-05-04 10: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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