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부터 술이 땡기는 화창한 날씨에요.

비록 지갑은 가벼워지지만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약주들 몇가지를 소개해 봅니다. 

첫 시작은 강원도 원주 모월양조장의 "모월"이에요. 산미가 도드라진 약주입니다. 

지금은 시다못해 식초가 되어버렸다는 설이 있지만

얼음 동동 띄워서 마시면 그렇게 싱그럽고 좋더라고요.

술도가 제주바당의 "맑은바당" 입니다. 

처음 전통주를 좋아하면서 빠져든 약주에요. 바닐라향 풍미가 가득한 달콤한 맛.

제주바당에는 한바당이라는 탁주와 메밀이슬이라는 증류주가 유명해요.

보틀과 라벨이 너무 센스있고 예뻐서 유명한 곳이기도 하죠.

photo @ 성수동 청주한씨

내변산 양조장의 "동진강" 이에요. 

전남 부안의 대표 막걸리인 줄포막거리를 맑게 거른 술인데요,  

양조가님의 아버님이 막걸리 배달을 끝내시며 걸어오던 동진강을 떠올리며 이름 지었다 해요. 

곡물향이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훌륭한 맛.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려요. 

photo @ 박경자식당(논현동)

보틀이 진짜 너무 예쁘죠? 경북 안동 농암종택의 "일엽편주"입니다. 

농암종택 종부의 손에 의해 이어져 내려오는 술이에요. 

라벨에 적힌 글씨는 퇴계 이황이 농암 이현보선생에게 직접 적어준 글씨라고 해요. 

해석하면 "물 위를 떠가는 작은 나뭇잎 같은 조각배" 넘 감성적이죠!

맛은 화사하고 깨끗합니다. 꽃향이 만개하는 듯한 느낌이에요. 

고급진 맛과 향! 훌륭해요. 

photo @ 구 미주가, 현 ㅆㅎㅍ(쓰흡, 신당동)

ㅆㅎㅍ이야기가 나왔으니 ㅆㅎㅍ사장님 추천으로 마시게 된 신상 "호랑호랑"도 올려봅니다.

첫잔 마시고 너무나 황홀했어요. 내추럴와인 같은 경쾌한 맛이 나서요.

저는 단 술을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제가 딱 좋아하는 당도의 술이라서 일단 좋았고요. 

신선한 산미가 산뜻하게 치고 올라와요. 참 매력있는 술이었어요. 

더더 유명해져서 이 맛을 아는 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photo @ ㅆㅎㅍ(신당동)

좋은술 양조장의 “천비향”입니다.

이 술은 정말 많은 품평회에서 입상한 술이에요.

청와대 만찬주로도 많이 등장해서 유명한 술인데요,

무려 다섯번의 술 빚는 과정을 거친 오양주입니다.

그야말로 프리미엄계의 대빵이죠.

술 맛은 뻐렁차요. 정말 화려하고 수려해요.

아마도 옛날 양반들은 이런 술을 마셨을 것 같아요.

Photo @ 백곰막걸리(압구정)

본격적으로 제가 애정하는 술이 시작되었어요. 

첫번째는 제주도 김희숙명인님의 "오메기맑은술"이에요. 

오메기의 시큼하고 찌릿찌릿한 산미가 정말 깨끗하고 달큰하게 빠졌다고 할까요?

해산물과 찰떡궁합이에요. 

이 곳 양조장은 오메기술을 증류한 고소리술이 더 유명해요. 

둘다 맛있지만 저는 약주 처돌이니 오메기맑은술에 백만점 드릴게요.

photo @ 심야식당 켬 (마곡동)

다음술은 해월도가의 "장성만리" 와 "해월약주"에요.

해월도가의 해월은 양조가님의 성함인데요, 아름다운 성함처럼 술맛도 정말 섬세하고 아름다워요.

장성만리는 연꽃잎을 넣어 훨씬 화사한 맛을 내구요,

어떠한 부재료도 들어가지 않은 순곡주인 해월약주는 곡물향을 그대로 살려 깊은 맛을 내요. 

한국 전통주연구소 박록담소장님의 제자들로 구성된 "물에 가둔 불" 마크가 보여주듯,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양조가님의 신념이 가득 채워진 듯, 술 자체가 경이로워요! 

photo @ 윤주당 (해방촌)

마지막으로, 짜잔, 최최최최애!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우리의 사랑 "지란지교"에요. 

전남 순창에서 온 이 약주는, 100일을 발효하고 90일을 숙성하여, 무려 190일만에 완성되는 순창백일주라고 해요.

기다림의 미학을 담아서 일까요?

청포도와 자두같은 상큼함과 피니시에서 오는 쌉싸름하면서 담백한 맛이 조화를 이루어 정말 깊은 맛을 내어요.

육회나 고기와 잘 어울리고, 맛이 너무도 고급져서 어떠한 자리에도 어울리는 마법같은 술입니다.

이 술 또한 박록담류 "물에가둔 불" 소속이에요.

photo @ 븟다 (사당)

끗♡